시인, 좋은글

당신의 숨겨진 사랑이였습니다 (2) 시인 / 박형서

김용주 시인 2010. 12. 27. 12:09

                   

          당신의 숨겨진 사랑이었습니다 (2)

           

                                  시인 박 형 서

           

          당신을 잡은 팔이 힘없이 떨어져 내리고

          마지막 사랑의 손으로 그 얼굴 감싸며

          그녀의 아픈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힘마저 나에겐 남아 있질 않습니다


          그녀의 눈물 젖은 얼굴만을 간직한 채

          중환자실 유리문이 닫히는 그 소리에

          당신의 사랑이 너무나 고맙고 서글퍼서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두 눈을 감습니다


          당신의 숨겨진 사랑이 감동으로 다가와

          나도 당신처럼 흐느끼며 울고 싶었지만

          그저 가슴으로 울면서 눈물만을 삼킬 뿐

          간직한 눈물마저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절망하며 실려 온 죽음의 암울한 늪에서

          나를 향한 그녀의 절규만을 떠올리며

          깊이 잠들면 그 순간이 마지막 삶이기에

          체념하지 않고서 내 삶을 애써 지킵니다


          중환자실 그 곳은 아주 깊은 바다였기에

          신음의 거친 숨소리만 힘겹게 들려오고

          남겨진 내 생명은 수초처럼 흔들렸습니다


          내 얼굴에 떨어지던 그녀의 슬픈 눈물

          그 눈물의 의미를 마음으로 헤아리며

          잠들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을 때

          사랑의 진한 핏물이 입속으로 고여 들고

          심한 목마름에 울면서 핏물을 삼켰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중환자실 유리문에서

          죽으면 안 된다는 마지막 외침을 남기던

          동물의 포효 같은 그녀의 슬픈 울부짖음...


          내 의식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지만

          그녀만을 남기고서 죽을 수 없었기에

          그 눈물과 울음을 사랑으로 간직한 채

          잠들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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