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소똥물

김용주 시인 2011. 7. 19. 06:36

소똥물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달리는 기차 지붕 위에서 뛰어내려
파인애플을 따기도 했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이틀을 가기도 했다. 목은 마치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쩍쩍 갈라져 고통스러웠다. 집 한 채 보이지 않다가 
작은 소 물통을 하나 발견했다. 물통은 소똥이 
가득 차 거품투성이인데다, 그 밑에는 푸른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 아래 냄새 나는
누런 물을 손으로 가득 떠서 하얗게 마른
입술로 가져갔다. 너무나 목이 말라
그 물도 맛있었다. 
- 소냐 나자리오의《엔리케의 여정》중에서 -
* 타는 목마름...
타는 목마름으로 혀가 갈라진 사람에게는
소똥물도 꿀맛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그에게
맑은 물 한 모금을 준다면 그 물은 곧 '생명'입니다.
극한의 목마름을 경험하지 않고도 목마름을 이해하고
물을 나눌 수 있어야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죽음의 그늘이 생명의 빛으로 전환되고
불행이 행복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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