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나를 위해 생명마저 바칠수 있다던 따뜻한 목소리가 가슴에 남았는데 어느 날, 돌아 선 차가운 네 모습은 표정 잃은 침묵 속의 석상이었다
세찬 바람 불어오는 강가에 서서 살아온 지친 삶이 아려오는 까닭에 추위에 언 가슴을, 서로 안으면서 강물 닮은 그 사랑을 지켜가자고 뜨거운 눈물만을 흘리지 않었던가
너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있다 애틋힌 기억 속의 아픔만을 남기며 스스로 택한 이기적인 사랑속으로 외롭게 떨고 있는 나를 외면하면서 갈림길의 숲 속으로 떠나고 있다
아쉬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빨리 다가왔다 안타까운 이별을 예비하고 있었지만 헤어짐은 이토록 급히 다가왔다
이별의 슬픔 앞에 고개를 숙일 때 넌, 여린 바람처럼 떠나고 있었다 그림자만 남긴 채, 멀리 사라져갔다
너를 위해 살아갈 세월이 남았는데 너를 위해 밝힐 촛불이 남았는데 수많은 기억들의 아쉬움을 내려놓고 스쳐가는 세월처럼 그렇게 떠나간다
그 많은 아픔들을 어떻게 사위라고 차가움만 남긴 채, 돌아설 수 있는가 그 믾은 추억들을 어떻게 잊으라고 애증만을 남기고서, 떠나고 있는가
너를 위해 살아 온 그런 세월이었다 이젠 누굴위해 살아야만 하는 걸끼 나만 위해 걸어 온 그런 시간이라면 떠나간 네 모습을 지울수 있으련만...
문득 우리들의 그 사랑을 돌이켜본다 너를 위해 나를 버린 아픈 날들이었다 이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으리라 정녕 나를 바쳐 사랑할 수 없으리라
눈물겹게 서글픈 이별로 끝났어도 미움조차 사랑인, 아름다운 순간이다
* 블랙홀 / 박형서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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