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너에게 쓴다

김용주 시인 2012. 6. 23. 04:18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 천양희의 시〈너에게 쓴다〉(전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