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시간의 역주행

김용주 시인 2017. 9. 19. 12:37


       시간의 역주행                              





        타임머신은 노인을 태우고

        역주행을 하고 있다

        갈길 바쁘다고 아들 며누리는 재촉 하고 있다

        차비가 있어야 가지않게니? 

        지공도 필요없고

        증명서만 있으면 무임승차입니다

        그대신 시험에 합격하셔야 합니디

        불합격이었다


        불합격의 기쁨은 한순간 사라지고

        재수를 하라한다

        시험관이 묻는 말에 오답을 쓰거나

        모른다고 하여야야만 한다고

        당부에 당부를 한다


        시험 보러 가는 날 아내의 빈자리가

        하늘 만큼 뚫려 눈물의 비는

        주룩주룩 가슴 속으로 흐르고 있다


        한순간 눈물로 오답을 쓰니

        3급판정 합격이었다 

        아들 며누리의 기쁨의 탄성이

        눈가에 무언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이제 합격하셨으니 그곳에 계셔도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뵙겠다는

        아들 며누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이 사시는 집은 사업자금으로 쓰려고

        부동산에 내놓았다고

        또 아버지의 서재의 책들은

        고물상에 팔기로 했습니다


        타임머신은 고려요양병원에서 멈춰섰다

        달빛 그림자가 노인의 눈가에 서린다

        아내의 그리움이

        살 속으로 져며오는 코스모스 길


        이브몽땅의 고엽을 회상하는 늙은 마음은

        곱게 피어오르는 꽃구름 사이로

        허망한 목숨이 되어 노울 속 눈물이 된다


     

           -젊음의 추억이 숨쉬는 블랙홀1-




더보기

 


Les Feuilles Mortes (고엽) / Yves Montand 


오! 나는 그대가 기억해주길 간절히 바래요
우리가 서로 정다웠던 그 행복한 날들을
그때 인생은 더 아름다웠고
태양도 지금보다 더 뜨겁게 타올랐죠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
잘 알죠? 내가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
추억과 회한들 역시
그리고 북풍은 그것들을 실어 나르는군요
차가운 망각의 밤 속으로
당신이 내게 불러주던 그 노래가
내겐 잊혀지질 않네요

 

그것은 우리들과도 닮은 노래였죠
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우리 둘은 함께 했었는데...

 

그러나 인생은 조금씩 소리도 없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떼어놓고
바닷가에 남긴 발자국들을
파도는 말없이 지우고 가요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
추억과 회한들 역시
그러나 인생은 조금씩 소리도 없이

 

그것은 우리들과도 닮은 노래였죠
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우리 둘은 함께 했었는데...

 

그러나 인생은 조금씩 소리도 없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떼어놓고
바닷가에 남긴 발자국들을
파도는 말없이 지우고 가요

 


*젊음의 추억이 숨쉬는 블랙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