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밖에 서 있었다,

김용주 시인 2010. 9. 28. 06:04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밖에 서 있었다. 박형서 너는 항상 내 곁에 그림자로 맴돌지만 짙은 어둠 스며들어 빛 들 마저 사라지면 어디론가 소리 없이 바람으로 떠나간다. 허락된 시간만큼 사랑 안에 머물며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밖에 서 있는 건 바람 닮은 네 모습이 두려운 까닭이다 머물다 사라지고 투명하게 돌아오는 바람의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어서 네가 떠난 새벽2시 그 길목을 서성이며 사랑 잃은 내 안에서 슬픈 춤을 추고 있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창백한 얼굴로 눈물 보다 더 아픈 안타까운 몸짓 속에 한 마리 새처럼 외롭게 춤을 춘다. 네 영혼에 뿌리내려 안주하고 싶으련만 바람 닮은 네 사랑이 낯설게만 느껴져 벌거벗은 나목처럼 사랑밖에 서있다 새벽이 밝아오면 바람이 불어오고 사라진 그 사랑이 되돌아오건만 표정 잃은 석상으로 사랑밖에 서 있는 건 너의 돌아섬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그 아픔을 예비하고 싶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