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그 사랑
박형서
그 많은 아픔을 스스로 사위며
힘겹게 너를 잊어가고 있는데
두 범의 가을이 스쳐 지난 어느 날
서원의 독백 속에 사랑을 약속했던
바다가 보이는 그 교회를 찾는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고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가득했지
바다의 아주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두 손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 보다 더 깊은 고백을 했었는데
서원속의 그녀는 환상으로 다가올 뿐
어둠 내리는 돌계단에 앉아서
살았지만 죽어버린 한 사람을 떠올린다.
바다보다 더 깊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소리 없이 스쳐간 바람 같은 그 사랑
세 번째의 가을이 다가올 그날에도
바닷가의 교회를 다시 찾을 것이다
이재야 술 대신 커피를 마시는 건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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