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첫 눈으로 다가온 당신 때문입니다

김용주 시인 2010. 11.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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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눈으로 다가온 당신 때문입니다
                          글 / 시인 박 형 서
      하얀 은빛 무대복을 온 몸에 걸친 채
      사랑이란 연극의 주연으로 남고 싶어 
      기다림을 안은 채, 독백만을 남기며
      사랑의 긴 대사를 힘겹게 이어갈 때
      그것만이 기다림의 사랑이었습니다
      첫 눈이 내리는 날, 공연이 끝나면서
      화려했던 라이트가 서서히 꺼져가고
      흐릿한 조명속에 빈 의자만 남았을 때
      텅빈 객석의 허전한 오른쪽 끝 의자에
      당신만이 나를 위해 앉아 있었습니다
      당신보다 더 커다란 안개꽃을 안고서
      꽃을 닮은 사람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첫 눈속의 당신은 하얀 안개꽃입니다
      첫 눈이 오는 날, 잊지 말고 만나자던
      그 약속만 남기고서 훌쩍 떠나 버린
      보고싶은 당신은, 아직 내 사랑입니다
      나를 지켜보는 관객으로 객석에 남아 
      힘겨운 기다림의 빈 자리에 앉아서
      연극무대의 두터운 막이 내려졌어도
      첫 눈 닮은 당신은 나를 보고 있습니다
      무대 뒷편에서, 몰래 당신을 바라보며
      당신 향한 기다림에 목이 메어져와
      한참을 숨죽인 채 울어야 했습니다
      기다림의 내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건
      첫 눈으로 다가 온 당신 때문입니다
      기다림의 그 사랑이 바로 당신이란 건
      감동적인 내 사랑의 하얀 축복입니다
      첫 눈과 함께 오겠다며 나를 떠났지만 
      기다림의 나를, 다시 찾은 당신이기에
      이젠,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당신 아닌 타인을 사랑할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