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1)
글 / 시인 박 형 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멀게만 느껴진다
혼자 걷는 지친 외로움에 문득 뒤돌아 보지만
떠나온 출발점은 내 삶의 안개속에 숨어있다
함께 걷던 사람들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하얀 눈과 철새들만 내 곁으로 다가올 뿐
눈물겹게 한 걸음씩 좁은 길을 걸어간다
설원 속의 갈대들도 춤을 추다 잠들었고
어디선가 세차게 찬바람만 불어 온다
나는 어디를 향하여 걷고 있는 것일까
발걸음을 멈춘 채 잠시 먼 하늘을 보련만
얽히고 설킨 혼돈의 미로만 이어질 뿐
나를 찾아 가는 길이 힘겹게 느껴진다
언제부터 나를 찾아 이렇게 떠나 온건지
언제까지 나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건지
그 많은 방황의 아픔들을 다스리기 위하여
가던 길을 멈춘 채, 현기증에 고개 숙인다
나를 향한 긴 여정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잃어버린 나는 어디에서 나를 기다릴까
잊혀진 내 삶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순례자의 길이기에
지금까지 평탄한 들녘의 길을 걸었지만
이제 남은 길은 가파른 경사진 계단이다
아득한 돌계단을 무릎으로 기어오를 시간이다
제야의 종소리가, 새해의 문을 열며 들려올 때
어둠속의 가파른 돌계단이 내 삶으로 펼쳐진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북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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