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시인 박 형 서
숲 속의 돌계단을 무릎으로 올라가야 하건만
지친 삶이 힘겨워 긴 한숨을 몰아쉰다
어둠속의 돌계단이 유리벽으로 다가온다
단절의 유리벽, 내 여행의 끝지점 일까
더 이상 갈 수 없는 유리벽을 바라보며
나를 찾아 떠날 두 번째 여행을 꿈꾼다
아직도 깊은 삶 속의 심미안이 없기에
나를 찾아 떠난 여정은 미완으로 남는다
발걸음을 돌려 출발의 원점으로 향한다
나를 찾아 떠난 길이 왜 이토록 힘겨울까
나를 찾아 가는 길이 내 안에 있었건만
나의 시선은 오직 내면 밖으로만 향했다
언제 다시 출발의 원점으로 되돌아 가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시작될 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건 오직 허무의 아픔 뿐이다
직선의 들판을 쉬지않고 끈임없이 걸었는데
길고 긴 타원의 철로위를 맴돌고 있었다
지하철의 순환선에 몸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막차로 도착한 출발점, 신촌역에 내려서
빈의자에 앉아 자판기의 커피를 마신다
마지막 열차마저 떠나버린 텅빈 간이역사
한 사람이 울먹이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나처럼 이 사람도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일까
나를 태울 지하철은, 기다려도 오질 않았고
나를 찾아가는 비상구의 불빛도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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