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심연 (2)
글 / 시인 박 형 서
고독의 아픈 심연을 힘겹게 빠져나와 고립의 기억들을 스스로 잊어야 하는데 홀로 남은 내 가슴이 쓰라리고 저려온다 방향마저 잃은 채 서성이는 사람들... 회전 목마처럼 어지럽게 맴돌다가 목마름과 심한 현기증에 주저앉아서 바람개비 하늘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고독의 심연을 벗어나도, 더욱 고독함은 서로 섞인 사람들이 타인이기 때문이다 낯선 타인들에게 다가서려 애를써도 왜 그렇게 단절의 유리벽이 많은 건지... 모두가 벽을 쌓은 채, 뒷 모습만 보인다 유리벽에 갇혀버린 마네킹의 얼굴이다
어둠은 내리는데, 내 주위를 둘러봐도 군중속의 고독, 이란 단어만 떠오를 뿐 모두가 나를 닮은 슬픈 얼굴들이다 슬퍼서 눈물겨운 애처로운 얼굴이다
나보다 더 외로워서 방황하는 사람들... 그래서 안아야 할 추운 사람들이다 나보다 더 추워서 떨고 있는 사람들... 그러기에 감싸야 할 아픈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살아 온 날이지만 이젠 속죄하며, 그 미움을 내려놓는다 시기하는 마음 하나 추스르지 못한 채 질투의 굵은 줄로 묶어놓은 그 사람들...
서로가 석상처럼 남은 쓰라린 이유를 낮아진 겸손함에, 조금씩 깨달아간다 정녕 사랑 할 시간이 많지 않은 까닭에 증오의 얼굴들을 따뜻하게 안아본다
나보다 더 쓸쓸해서 고립된 사람들... 체온으로 녹여야 할 고독의 석상이다 그 많은 군중 속을 헤짚고 들어가도 모두가 나를 닮은 상처 입은 사람들 뿐...
서로 껴안고 울어야 할 절실한 이유를 때늦게, 상처난 가슴으로 깨달아간다 함께 목놓아 울어야 할 마지막 이유를 이제서야, 세월흘러 가슴속에 담는다
고독의 심연을 벗어나도, 진정 고독함은 애써 안아야 할, 가슴들이 닫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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