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비를 좋아하는 여자

김용주 시인 2011. 11. 22. 11:59

 

    
    비를 좋아하는 여자 
    
    
    안개비 내리면 
    사색에 젖기 좋아하는 여자 
    
    
    
    이슬비 내리면 하늘을 바라보며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오감을 깨우는 여자 
    
    
    가랑비 내리면 그 빗속을 
    걷기 좋아하는 여자 
    
    
    장대비 내리면 창가에 앉아 
    모카향 풍기는 연한 커피 
    마시기 좋아하는 여자 
    
    
    소나기 내리면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동심으로 돌아가는 여자 
    
    
    비오는 날이면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여자 
    
    
    그 여자는 오늘처럼 
    밤비 내리는 날이면 
    어디를 헤메이고 있을까 
    [ 박경애님 글 ]
    
    
    
    
    비의 미소 /  까치.김정선
    쌀쌀한 눈빛 싸늘한 입술로
    떠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랴
    떠나가는 사람, 떠난 사람 많은 세상 위안 삼아
    멋적은 웃음 한 올 풀풀 날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괜스레 눈길만 견주었다
    바람은 방향을 상실한 발길을 더듬어  
    산천(山川) 흘러가는 만남과 이별의 중간 어디쯤
    못난 사내의 지독한 버릇을 아는지라
    벌 나비 꽃, 안개 낭자한 호수 아래 몸을 숨겼다
    벼꽃이 필 때쯤이나 천둥번개를 동반한 몸부림칠까
    그리고 아마 한 사나흘쯤 지나서
    비의 미소라던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던지
    잡다한 언어로 얼룩졌던 그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창문 이쪽으로는 푸른 미라가 피어났고 
    저쪽으로는 누군가 연신 손짓하며 오고 있었다 
    벌 나비 꽃, 별 나비 꽃 
    하나 더 눈물 숨기며
    비의 미소 피어나는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꼼짝없이 
    아. 가끔은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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