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어머니의 향수

김용주 시인 2012. 9. 18. 07:44

 

 

 

어머니의 향수



먼동이 트면 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살며시 그리움 속으로 들어 갑니다.

햇살이 곱게 피어오를 때
싸리 대문앞에서 활짝 미소 지으시며
서 계시던 어머니.

자식들이 객지에서 돌아오는 발길
가벼워지라고 아침부터 대문밖을
서성이시던 모습.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내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늘 햇살처럼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듬뿍 담긴 내 유년의 시절

싸리 대문 앞부터 감나무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말해주듯
빨간 감홍시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담 너머 대추나무에는
수확을 알리는 대추들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장독대 옆 한모퉁이에 복 주머니처럼 자태가
아름다운 석류가 입을 벌리고 있는
가을의 고향집 풍경들
눈이 시리도록 그립습니다.

황금 들판이 물결치는 그곳 행복의 들판에서
풍년가가 들려 오는 것 같은
우리 형제들의 땀방울도

버들가지 소슬바람도 시원하기만 했던
풍요로운 들녘
아련히 내 가슴에 피어오르며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햅쌀밥과
햅쌀로 만든 인절미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그 음식들이 먹고 싶어집니다.

사랑의 손길로 만드신 음식을
행복으로 배을 채우던 자식들

지금은 그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산소에 성묘도 못 가보는 불효의 자식

부모란 가시고기의 생이라고 말했듯이
정말 돌이켜 보니 부모님
우리 부모님께서는 가시고기 생이었습니다.

자식에게 사랑을 다 주고도 부족해서
제 살마저 다 내어 놓고
먼 하늘나라로 가신 내 어머니
곱기가 산기슭 홀로 핀 산구절초 처럼
맑으신 내 어머니

집 앞 감나무에 까치만 울어도
먼 길 떠나 고생하는
자식이라도 행여 올까봐 하루 종일
내심 기다리시던 내 어머니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꼭 이맘 때면 봄과 함께 나에게는
고향의 향수와 어머니의 사랑주머니가
생각나서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지만
늘 추석 때면 시끌벅적 했던
우리 고향집 사람 사는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지럽히며
그리움의 병이 가슴에 쌓입니다.

반달처럼 고운 어머님의 손길에
반달처럼 예쁜 송편이
우리 자식들 입으로 들어갈 때
어머니의 배부른 웃음 예전에 정말 몰랐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내가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그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큰 사랑인 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한 번만 딱 한번만 뵐 수 있다면
너무 간절하건만
애달픈 내 가슴만 조일 뿐
시간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어머니와 나의 추억은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무심한 세월아!
무심한 세월아!
봄이 오면 봄 속으로
내 그리움은 온 고향 산천에 가 있습니다.

고향의 향수에 젖어서 눈물짓지만
눈가에 아련히 피어오르는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고

그 때가 그립고 애달파서 온 몸이 아파오지만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어서
언제나 고향의 향수는
내 살과 뼈와 같은 존재입니다.
내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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