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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바람으로 다가서고 싶었다

김용주 시인 2012. 9. 26. 10:53

 

 

오직 바람으로 다가서고 싶었다

 

 블 랙 홀1

 

살아야 할 날들이 무척 힘겨운 까닭에

너의 가슴 속에 얼굴을 깊이 파묻고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슬픈 모습 보이면, 너도 울 것 같아서

바람처럼 머물다가 바람으로 돌아왔다

 

산다는 게 힘들고, 발걸음이 무거워

매마른 내 눈가에 눈물이 번져들면

차가워진 내 가슴은 그저 바람이 되어

오직 너를 향하여 흘러가고 있었지

 

그 먼곳,숲 속에서 불빛이 비추인다

따사로운 가슴이 있을 듯한 느낌에

정겨운 한 사람이 기다릴 것 같아서

처연스런 내 모습은 여린 바람이 되어

네 창문으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사랑하면서, 한 마디 말도 전할 수 없는

왜, 그런 아름만을 간직해야 하는 걸까

사랑하면서도 사랑으로 머물 수 없는

눈물겨운 쓰라림이 아품으로 남겨진다

 

바람처럼 투명해진 사랑의 내 마음은

가슴에 간직된 네 영혼을 볼 수 있지...

네 사랑을 가득 담은 너의 영혼 속엔

나를 위해 기도하는 네 눈물이 있었다

 

바람의 가슴으로, 네 사랑을 감싸 안으며

햇살 속의 아름다운 네 얼굴을 바라보면

빛처럼, 그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가을, 너에게 오직 바람으로 남고 싶었다

바람, 너에게 정녕 가을로 머물고 싶었다

 

 

                        * 박형서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