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가을 속의 하얀 설원

김용주 시인 2014. 11. 10. 23:27

 

 

 

가을 속의 하얀 설원

 

 

 

박 형 서 (글)

 

김 용 주 (편)

 

늦가을의 길목을 돌아설 때

문득 다가오는 하얀 설원의 실루엣

이미 가을 속엔 하얀 설원이 있었다

 

잎새를 떠나 보낸

가을나무의 처연함이

한 그루의 벌거벗은 나목으로 남겨지고

 

찬 바람에 빈 가지를 흔들면서

가을과 작별하는 나목을 바라본다

 

가을의 들꽃들은 곱게 피어났건만

그래도 가슴속에 외로움이 쌓이는 건

가을 속의 하얀 겨울이 숨겨진 까닭이다

 

이젠 긴 겨울잠을 준비할 시간이다

동면 속에 머무를

빈 둥지를 찾아서

가을의 흔적들을 뒤돌아보며

늦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떠난다

 

스스로 고립을 택하여 머무른 섬

그 곳은 하얀 설원이었다

홀로 머물고 싶었지만

그 섬은 쓸쓸한 무인도 였다

 

거친 삶의 광야 길을

함께 걷자 약속했었는데

언약속의 동행인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떠나간 그 자리에 바람만 불어온다

 

권력과 훈장만이 전부인 세상에

문학도 죽고, 우정도 죽고

사랑마저 죽고, 詩人들도 죽어갔다

낡은 서재에 오랜 세월 꽂혀있던

빛바랜 시집들도 멀리 사라져갔다

 

 

14.11.11 블랙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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