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의 하얀 설원
박 형 서 (글)
김 용 주 (편)
늦가을의 길목을 돌아설 때 문득 다가오는 하얀 설원의 실루엣 이미 가을 속엔 하얀 설원이 있었다
잎새를 떠나 보낸 가을나무의 처연함이 한 그루의 벌거벗은 나목으로 남겨지고
찬 바람에 빈 가지를 흔들면서 가을과 작별하는 나목을 바라본다
가을의 들꽃들은 곱게 피어났건만 그래도 가슴속에 외로움이 쌓이는 건 가을 속의 하얀 겨울이 숨겨진 까닭이다
이젠 긴 겨울잠을 준비할 시간이다 동면 속에 머무를 빈 둥지를 찾아서 가을의 흔적들을 뒤돌아보며 늦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떠난다
스스로 고립을 택하여 머무른 섬 그 곳은 하얀 설원이었다 홀로 머물고 싶었지만 그 섬은 쓸쓸한 무인도 였다
거친 삶의 광야 길을 함께 걷자 약속했었는데 언약속의 동행인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떠나간 그 자리에 바람만 불어온다
권력과 훈장만이 전부인 세상에 문학도 죽고, 우정도 죽고 사랑마저 죽고, 詩人들도 죽어갔다 낡은 서재에 오랜 세월 꽂혀있던 빛바랜 시집들도 멀리 사라져갔다
14.11.11 블랙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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