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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반려동물

김용주 시인 2015. 1. 1. 11:20

 

지극히 인간적인 반려동물

 

반려, 국어사전에는 짝이 되는 동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 단어는 대체로 두 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반려자와 반려동물.반려자는 대부분의 경우 결혼한 상대를 가리킵니다. 평생의 반려자, 인생의 반려자 등으로 표현됩니다. 반려동물은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생명을 장난감으로 삼는 의미를 갖는다고 비판을 받으면서 대체 단어로 등장했습니다. 처음에 이 단어를 접하고 속으로 살짝 투덜거렸습니다. '동물에게 반려씩이나…. 좀 과한 것 아니야?'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같은 날 나란히 접한 소식에 저의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느꼈습니다. 반려라는 말은 얼마든지 인간보다 동물에게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마나오 씨는 59세의 중국인입니다. 채 60이 안됐으니까 아직 노인이라 부를 나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얼굴에 삶의 풍파가 남보다 더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마 노인이라 부릅니다. 그녀의 유일한 가족은 올해 두 살 된 황구 한 마리입니다. 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견입니다. 그런데 이 개는 마 노인에게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반려'입니다

 

마 노인은 병으로 인해 두 다리를 못 씁니다. 휠체어를 살 형편이 되지 못하다보니 리어카를 개조해 다리 삼았습니다. 마 노인은 뤄양시 회족구의 한 거리 입구에서 신발 수선 노점을 해서 입에 풀칠을 합니다. 하루 벌이는 우리 돈 3~4천 원, 매일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그날 먹을거리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9시면 집에서 노점을 하는 거리까지 약 1 킬로미터 정도를 리어카 휠체어로 출근합니다. 바퀴 위에 앉아 각목을 삿대 삼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문제는 중간에 있는 얕은 언덕길입니다. 이 구간을 통과하기가 여간 힘겹지 않습니다. 이때마다 마 노인의 반려 황구가 나섭니다. 앞발을 마 노인의 등과 허리에 올려놓은 뒤 뒷발로 열심히 밀어줍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마 노인에 대한 애정만큼은 오롯이 느껴집니다.

노점에서 노인이 일할 때는 한구석에 조용히 누워있습니다. 때때로 마 노인의 불편한 하반신에 몸을 바짝 붙여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합니다. 손님이 가고나면 벌떡 일어나 마 노인의 주변을 뱅글뱅글 맴돕니다. 가슴으로 뛰어올라 덥석 안기기도 합니다. 그 재롱에 무료할 틈이 없습니다

 

오후 5시 퇴근길에도 황구는 든든한 경호원이자 조력자입니다. 오는 길에 그날 저녁 식사인 1천6백 원짜리 국수를 삽니다. 젓가락에 돌돌 말아 황구부터 한 입 줍니다. 마 노인은 항상 국수를 반만 먹고 나머지는 황구에게 넘겨줍니다. 국수조차 사기 어려운 날에는 고구마를 쪄먹습니다. 그것도 공평하게 절반씩 먹습니다. 무엇이든 반반입니다. 둘은 십 제곱미터가 채 안 되는 방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녹여가며 잠을 잡니다. 24시간 한 순간도 떨어져 있는 법이 없습니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우리 황구를 보고 5백 위안(약 9만 원)에 팔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죠. '뭐라고? 내 생명을 5백 위안에 팔라고? 집어치우쇼."

 

어떻습니까? 마 노인과 황구는 어찌 보면 처참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의지하고 위안 삼으며 씩씩하게 행복하게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서로를 탓하는 법도 없습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진정한, 이상적인 반려입니다.



우상욱 기자woosu@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