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나는 바보다 /김용주

김용주 시인 2022. 2. 15. 11:37

나는 바보다 / 김용주

내 삶의 요람,
늘 풍요로울 줄 알았는데
요즘 내가 산다는 그 자체가
양 어깨를 움츠리게 해
예전에 거들먹거리며 살았던 내가
진정, 바보라고 알았다.

그리움이 깔린 노후의 삶,
허무의 계곡에서 
그저 뒹굴다 가도 되련만
내 작은 거실의 창가에 앉아
그리움을 잡으려 하면
잿빛 하늘 검은 장막에
찬 바람만 씽씽 불어 오나니

가름막 욕망의 늪에서
용트림 치는 이내 모습이
처절하다 못해
자아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의미를 상실한 삶
지나간 세월을 뒤척이다 보면
오늘은 또 하루이고
내일은 또 내일이더라

그러기에 불면의 밤을
긴긴 한숨으로 삼켜버리고
내 가슴속 깊이 잠겨진
사랑과 야망을 펌프로 퍼내자

남은 여생 뭇 사람을
아름다운 눈빛으로 바라 보다가
나의 숨결 눈꽃처럼
시나브로 사라지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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