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외진 광야 길을 홀로 걷다
문득 돌아 본 내 세월,
고난과 아픔 그리고 시린 눈물...
한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간
여린 바람 결 조차도
그 모든 삶의 순간에
깊은 이유가 있었으니...
그 작은 이유가
깨달음의 흔적으로 남을 때
산다는 게 그토록
절망만은 아니었다
계절이 내 곁을 떠나는 소리
아쉬움의 눈빛으로
갈잎 되어 떨어지는
외로운 잎새를 바라보며
그저 쓸쓸함에 고개 숙이면...
빈 손, 빈 가슴, 그리고 빈 서재...
많이 채우려 했어도
아무 것도 남긴 것이 없음에
그래도 흘러간 모든 시간들이
정녕 이유가 있었으니
멀어지는 세월의 흐릿한 흔적들...
이유있는 삶의 조각으로 남았음에
남겨진 원고지의 습작들이
모자이크처럼 울긋불긋한
사치와 허영만은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고뇌하게 했기에
불면의 긴 밤을 지새우면서
새벽이 밝아올 때 까지
그렇게 많은 술잔을
오직 침묵하며 비워야만 했던가
짙은 어둠이 마음 밭에 내리면
추운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움추린 목에 외투 깃을 올린 채
외롭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포장마차에 머무른 그 시간들...
무엇이 그토록 아프게 했던가
그래도 그 모든 순간에
나만의 소중한 이유가 있었으니
방황과 고통의 날들이
온통 후회만은 아니었다
가슴 쓰린 아픔의 시간마저도
결코 상처만은 아니었다
지나간 나만의 시간들이
이유있는 독백으로 남았기에...
그 많은 독백들이
이유있는 흔적으로
가슴 깊숙이 간직되었기에...
그래, 모든 순간엔
오직 나만의 이유가 있었다
2014. 6. .6
시음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