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깊은 의미[1]
박 형 서
타인들의 목소리가 그리운 것일까
아주 작게 들려오는 바람 소리조차도
클라리넷 선율처럼 정겹게 들려온다
날다 지쳐 부러진, 두 날개를 접고서
고독의 깊은 심연까지 다다른 것은
안개 속에 숨겨진 내 얼굴을 보고싶은
내 안의 목마름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홀로 어디론가 훌쩍 바람처럼 떠나서
외딴 고독의 작은 섬에 오래 안주하며
색색의 현란한 가면들을 벗어버린다
이젠, 내 안에 숨겨진 자화상을 그리며
오직 다른 나를 찾고픈, 한 가지 이유...
잃어버린 내 얼굴이 그리운 까닭이다
나를 찾아 떠나려는 긴 여정의 출발점,
문득 스쳐 지나는 가슴속의 철로 위로
상, 하행의 기차가 엇갈리며 달려오고
외진 간이역, 빈 의자에 새처럼 앉아서
잠시 동안 머물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바람 닮은 사람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나도 타인들도 그저 미련없이 떠나는
짧은 만남 후의 허전함을 지우기 위해
외로운 간이역사에 머물고 있는 걸까
홀로 남은 의미를 가슴으로 깨달으며
아픈 고독과 외로움의, 깊은 심연까지
사다리를 놓고서 더듬더듬 내려온 건...
언젠가 떠날, 그들의 뒷모습이 처연해
내가 먼저 타인 곁을 떠났기 때문일까
온통 세상이 하얀 설원으로 이어질 때
외로움의 골짜기엔 고독이 숨어있었다
14.8.16
블랙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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