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하얀 설원의 겨울만을 살았다

김용주 시인 2014. 12. 10. 20:33

 

 

하얀 설원의 겨울만을 살았다 

 

 

 

 

 

스스로 고립을 택하여 머무른 섬

그 곳은 하얀 설원이었다

홀로 머물고 싶었기에

그 섬은 외로운 유배지 였다

 

거친 삶의 광야길을

함께 걷자 약속했었는데

언약속의 동행인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떠나간 그 자리에 바람만 불어온다

 

권력과 허영만이 전부인 세상에

문학도 죽고, 우정도 죽고

사랑도 죽고,시인들도 죽어갔다

그리고 서재의 시집들도 사라져갔다

 

그런 상실감에 온 몸을 떨면서

겨울잠도 잊은 채

한 그루 외로운 나무처럼

하얀 설원만을 외롭게 걸어간다

 

하얀 겨울, 하얀 들판만 이어질

색깔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가을에도 겨울을 살았다

떨어지는 낙엽들이 눈꽃처럼 보여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

 

여름에도 겨울을 살았었다

 내리는 여름비가 흰 눈처럼 보여서

더위마저 하얀 겨울 추위로 느껴져서

두터운 옷을 겹겹이 걸친 채

오직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선택한 좁은길의 내 삶이

온통 겨울인 까닭에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하얀 설원의 겨울만을 살았다

 

그러나 설원의 겨울 속

기다림의 세 계절이 숨겨져 있었다

 

 

14. 12. 11. 블랙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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