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나를 태운 지하철은 너에게로 향하였다

김용주 시인 2010. 12. 23. 14:43

 

  

 

나를  태운 지하철은 너에게로 향하였다

 

                 시인 / 박 형 서

 

나를 태운 지하철은 어디로 가는걸까

방향 마저 알수 없는 아득한 현기증에

초점 잃은 눈빛으로 차창을 바라본다

 

차창에 투영된 피곤한 내 얼굴이

마치 타인처럼 지친 나를 바라본다

너를 잃은 가슴 속에 찬바람이 불어온다

얼음 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스며든다

 

살아감이 힘겨워 지쳐 쓰러지면

애써 나를 일으키던 정겨운 너였는데

너는 처연스런 뒷 모습만 남긴 채

어둠 속 저 편으로 떠나가 버렸다

 

혼자 남은 외로움에 온 몸을 떨지만

그런 아픔까지 나에겐 사랑이다

허전함에 뜨거운 눈물을 쏟으련만

아픈  눈물마저 나에겐 사랑이다

 

나를 태운 지하철은 너를 향하여

기다림의 철로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먼 것일까

나는 텅빈 지하철의 순환선을 타고서

네 곁만을 어지럽게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