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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독백 4] 시인 박형서

김용주 시인 2015. 6. 21. 09:16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독백 4]

 

시인 박형서 글

시인 김용주 편

 

작은 섬의 등대에서 불빛이 박이면

그 불빛이 너를 향한, 내 사랑이었음을

넌, 오직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으리라

 

너를 두고 내가 먼저 둥지를 비웠기에

너를 위해 예비한 해안가의 목선타고

어디론가 나처럼 미련 없이 떠났을 너,

밤바다를 헤쳐 나갈 해로마저 잊은 채

너마저, 외로운 섬으로 떠돌고 있을까

 

사랑하면서도, 그 안에 머물지 못함은

서로 섬이 되어, 어두운 바다를 맴돌며

고독의 심연, 그 곳에 안주한 까닭이다

 

삶은 새벽빛 고독임을 스스로 깨달으며

그토록 거친 삶의 길을 헤치며 걸었지만

우리의 가슴에 섬과 목선이 자리했기에

언젠가 예고 없이 떠날 것을 예감했었다

 

동행 속의 네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너의 날개와 목선을 해안가에 예비한 채

구속의 동행, 광야를 떠난 자유를 주려고

네 곁을 투명하고 여린 바람으로 떠난다

 

잠시 너에게 이별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 파도로 다가섰다 포말로 스러졌어도

다시 너를 향한 파도로 하얗게 부서진다

 

다가왔다 멀어지고, 멀어졌다 다가서는

우리들의 사랑도 때론 깊은 잠에 빠져

너를 사랑하면서도, 내 가슴은 쓰라렸다

 

멀리서 간직한 그리움도 내 사랑이기에

만남을 예감하며 작은 섬으로 향한다

 

블랙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