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좋은글

애증, 그리고 미완의 사랑 / 박형서

김용주 시인 2016. 3. 12. 07:51



애증, 그리고 미완의 사랑 

글 / 박 형 서

 

세찬 비바람이 가슴으로 불어오는

이별의 고통 앞에 내가 무너질 때

언약의 사랑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서로의 가슴 벽에 깊숙이 뿌리내린

영혼 속에 자리한 심오한 사랑마저

헤어짐과 균열의 굵은 선을 긋는다

 

그 많은 세월의 거친 길을 걸으면서

동행으로 시작된, 운명적인 사랑인데

쉬움의 편지조차 남기지 않은 채

뒷모습만 보이며 서서히 멀어진다

 

미련없이 보내는 나무닮은 한 사람,

젖어든 눈동자엔 눈물만 고여 들고

살얼음 결 짓는 소리들의 들려오면

차오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키련만,

 

바람만 불어오는 빈 둥지의 허전함,

사랑을 찾고 싶은 마지막 염원으로

타오르는 갈증을 다스리지 못한 채

긴 밤을 지새우며 기도원에 엎드려

간절한 애원만을 그 분에게 쏟아낸다

 

애태우며 가슴 치는 묵상의 기도속에

찬 마루는 안타까운 눈물로 젖어들고

암막커튼 틈새로 새벽빛은 스며드는데

사랑은 어둠 속에 이미 잠들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새처럼 훌쩍 날아가고,

한 사람은 나목처럼 그 자리를 지키며

이별의 아픔만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기다림의 서글픈 사랑은 언제나 끝날까

 

문득 고개들어 낮아진 하늘을 바라본다

너를 닮은 하얀달도 빛 속으로 사라지고

이젠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남았을 뿐

헤어짐의 갈림길, 외롭게 고개를 숙인다

 

몇 번의 가을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 후,

그 많은 애증마저 사랑으로 간직됨은

끝났지만, 그 사랑이 다시 시작되면서

미완의 사랑이 다가오는 순간부터였다

 

- 삶은 수채화빛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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